텃밭은 볼매(볼수록 매력)
2011.9.11(금)
가을농사로 배추모종을 심은 뒤로 텃밭이 우리 삶속으로 스며드는게 느껴진다.
여린 모종이 자리를 잡는 동안 강한 햇볕으로 갈증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물주러 다니는 이웃도 있었고
햇볕을 보며 물주러 가야하는데 조바심을 내기도 했었다.
어느새 비오는 날이면 텃밭에 물 안줘도 되겠다고 딸아이가 하는 말이 얼마나 이쁘던지.
그렇게 벼르고 벼르다 다녀왔다.
어머~
우리 텃밭이 아닌줄 알았다.
한고랑에 다섯개씩 꽉 채운 배추가 얼마나 이쁘던지~
씨앗으로 뿌린 갓도 많이 올라왔다.
상추도 이번에 씨를 뿌렸는데 이렇게 한 녀석만 고개를 내밀고 다른 녀석들은 아직도 숨박꼭질 중이다.
부추는 먹고나면 또 자라고 먹고나면 또 자라고
많이도 컸더만요~
주말에 희정씨와 영이씨가 다녀간다고 해서 고기 구울때 드시라고 손 안대고 왔슴돠~ㅎㅎㅎ
은경씨가 심은 파뿌리와 부추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자라있다.
열무인지 알타리인지 눈으로 보고는 있으나 구분못하는 초보 텃밭지기의 무지함이 부끄럽고
살포시 가늘가늘 떨리는 당근잎이 얼마나 이쁜지~
얼른 자라서 그 맛을 보고프다~
텃밭을 둘러보니 다들 봄농사를 게으름으로 일관한 농부들이 가을에는 조금 더 바지런한지 안타까운 텃밭이
없는것 같다.
이웃이 심어놓은 작물로 눈을 한번 호강해볼까?
내년에는 우리도 땅콩을 심으면 좋겠다.
우아~ 어떤 이는 야콘을 하나가득 심었고
꽃이 참 이쁜 도라지~(사진이 흔들려서 담에 찍어서 올려야 겠다)
고랑 끝에 해바라기 3그루를 심어서 반은 씨앗이 영글어간다.
담에 갔을때 살짝 맛이나 보고 싶은 서릿꾼의 마음이 스물스물~~
사이사이 명아주가 많이도 자라나서 뽑고
잡초도 뽑아주면서 이녀석들과 정이 들어간다.
그러다 배추잎의 까끌함이 팔에 걸리더니 아마도 풀독이 오른듯~
조금 가렵더니 가라앉는다.
역시
어떤 길이든 가보아야 다음에 더 잘 갈 수 있는건 맞다.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하는것도 좋겠지만
일단 부딪치면서 배우는 게 내겐 맞더라~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아이들과 배를 채우는데
곁에서 홍도에서 낚시해서 잡으셨다는 우럭을 우리에게 선듯 나누어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준비한 음식을 나누지 못한 나의 모자람이 부끄러워진다.
다음에는 나누는 정도 좀!!!! (지연이 각성중)
시간이 맞아 애숙언니네와 함께 짧은 시간 다녀왔다.
아이들은 텃밭에 잠시 정을 주고나더니 잠자리며 개구리 괴롭히기에 들어갔다.
자기들은 이쁘다고 하지만 개구리 입장에서 그렇기만 할까?
꼭 엄마들이 자식 이쁘다고 물고 빨고 잘되라고 잔소리 하는것과 아이들이 개구리에게 하는 행동이 닮아있다.
이건도 아마 인류가 물려준 DNA?ㅎㅎㅎ
적당히만 괴롭힌다면 좋겠는데~
이렇게 우리는 다시 정쌓기를 하고 왔다.
텃밭은 볼수록 매력적인 존재는 맞다.
나는 거의 매일 만나고 통화하는 친구가 있었다.
통화하고 마무리 하면서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는다.
만나면 만날수록 할말이 많아지고 자꾸 볼수록 가까워진다.
텃밭이 꼭 그렇다.
우리 텃밭지기들 가운데는 조용히 텃밭을 아주 열심히 드나드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한번 다녀오면 이렇게 요란한 사람도 있고
모이면 열심히 몸으로 봉사하는 이도 있고
함께 농사지으면서 얻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