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이 피었습니다- 추천위 토론도서
박상용/보림 |
2012.4.13(금) 학교 도서관 저널 추천위 모임
이번 주는 어린이 과학분과에서 깊게쓰기로 선정된 <소금꽃이 피었습니다>를 가지고 책 이야기를 풀기로 했다.
1000자를 써서 다른 사람들과 글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는데 조금 늦게 도착해서 내 글을 프린트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글만 받았다.
땀방울이 밴 소금
작년 텃밭에서 배추를 수확하고 고기를 삶고 무채를 절이느라 소금이 필요했다. 한 분이 귀한 소금이라며 가방에서 꺼내셨다. 굵은 소금이 다를 게 뭐가 있으랴. 그 분의 아버지가 염전에서 뺀 소금을 3년간 간수를 빼서 소금알갱이가 눈 결정체처럼 맑고 투명했다.
하나를 입에 넣었더니 처음은 강하지 않은 짠맛, 마무리에 남는 단맛이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몇 해 전 김장을 하면서 처음 소금을 샀다. 대충 천일염으로 사서 김치를 절이는데 절인 배추의 맛이 짠맛과 쓴맛이 돌아서 배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인의 소금을 보고 맛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그 후 소금을 살 때는 고민이 많아졌다. 맛난 소금을 맛보았으니 다른 소금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소금꽃이 피었어요』를 보며 소금이 염전에서 만들어지고 어릴 적 염전체험을 했던 아이들은 눈먼 생쥐들이 코끼리의 각 부분을 만지고 나눈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염전의 일부를 보고 소금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었다.
우리가 흔히 바닷가를 여행할 때 만나는 염전은 제 2증발지 (느티) 이거나 결정지와 해주라는 걸 알 수 있다. 제1증발지 (난치)에서도 6단계를 거쳐서 소금물의 염도는 높아지고 제 2증발지와 결정지에서 소금물을 섞어가며 너무 높지 않은 염도를 거치는 과정을 살펴보면 소금이 귀한 이유를 알겠다. 정성껏 만든 소금이 비를 맞으면 한순간에 맹물이 되기 때문에 비 오기 전 염부는 해주에 소금물을 모으고 날씨가 좋아지면 소금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증발지를 거쳐 소금밭에 모인 소금물이 햇볕을 받아 드러내는 모습은 뜨거운 팬에서 팡팡 튀는 팝콘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을 졸여 소금을 만드는 일은 100년 전 부터였다.
그전에는 커다란 갯벌을 갈고 바닷물을 부어 스며 나온 소금물을 가마에 넣고 끓여 소금을 만들었는데 이는 맛이 짜고 깊은 맛은 났지만 연료비로 값이 비쌌다. 많진 않지만 충남태안에서 전통방식으로 소금을 만드는 곳이 있다. 값이 비사고 그만큼 귀하다. 그래서 소금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 했나보다.
소금을 만드는 방식은 세월에 따라 변화를 거쳐 왔지만 염부의 땀방울과 노력은 변함이 없다. 뜨거운 태양아래 새롭게 태어나는 소금과 가을 끝자락 갯바람으로 차가운 결정지에 추운 날씨로 얼어터지지 않게 물을 채우면서 소금밭을 갈무리하고 다음해 4월 염부는 소금과의 만남을 기약한다.
------------------------------------------------------------------------------------------------------------
책을 읽으면서 생길수 있는 오류에 대해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얼마전 이 책을 지인에게 받으면서 재미와 끌림이 없어서 아이들에게도 권하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둔 책이었다.
이번 토론으로 선정되지 않았으면 한번도 펼쳐보지 못했을지도...
책을 펼쳐서 읽었다.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어서 깊게쓰기로 서평을 쓴 것을 보고나니 "우아, 이렇게 잘 쓰시다니"
갑자기 책에 대한 흥미가 돌기 시작한다.
처음 이 책을 읽고서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서평을 보고나서 이해가 되서인지 아니면 책을 잘 아시는 분이 쓴 글이기도 하고
추천이유를 납득할 만하게 써주셨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좋은 책인데 내가 이해를 못하면 안되지.
조월례 선생님께서 처음에 맘에 안드신다고 하는데도 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염전체험으로 노동이 담긴 소금을 무조건 놀이로만 몰아가는 현실에 조금 싫증이 났던 터라 오히려 이런
책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아이들 책에 왜 아이들이 배제되어 있어요?
전통과학책이면 무조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안나와도 되나요? 무슨 일이든 사람과 결부시켜야 하지요.
이렇게 재미없게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요?
염전에 대한 설명이지만 이게 소금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은 아니잖아요.
글을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어른인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아이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뭔지
그리고 소금꽃이 피었어요.인데 어디에도 소금꽃 이야기는 찾을 수 없네요."
여러분들의 의견이 오가면서
를 보여주셨고 다들 "이 책이 훨씬 낫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소금꽃이 피었어요>/를 정리해보면
2003년에 출간된 <소금이 온다>와 비교했을때 내용면에서 차이가 없다.
세월이 흘렀으면 기획의도가 분명하고 차별화되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닌가?
아주 쉽게 접근을 하든지 아니면 소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로 풀든지 해야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지식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아이들 언어로 보기에 어렵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데 아이들을 겨냥하기보다는 책을 고른 부모들을 겨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거나라 시리즈는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전집으로 구비하는 책 중의 하나다.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지식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왜 꼭 이런 책을 읽어야 할까?' 라는 의문을 놓치고 갔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조월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서평을 쓸때 이런 부분들을 담아주세요. 10개중에 2개만 좋아도 너무 호의적으로 쓰지말고
좋은것은 좋다고 말하고 부족한 것은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는것이 출판사와 작가들이 생각하고 책을 만들게
하는 거예요.
왜 아이들을 배제하고 책을 만드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이오덕 선생님께선 신랄하게 비판하고 따끔하게 지적하셨어요.
그렇게 글을 쓰려면 공부하고 제대로 된 문장을 쓰도록 연습해야해요.
그리고 주관을 가지고 그에 대한 근거도 확고하게 세워야 가능해요.
요즘 선정할 만한 책이 없는 이유가 아이들을 배제하고 책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요?'
구구절절 옳은 말씀을 하나도 놓칠수가 없었다.
그리고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이렇게 부족함을 느끼고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고
글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건 다행이다.
그래. 내가 아는만큼 쓰는게 아니라 내가 모르는 건 배워서라도 제대로 쓰는게 필요해.
----------------------------------------------------------------------------------------------
사담이지만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논술선생님이 있다.
비용도 만만찮은데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선정하는 책을 보니 우리 분과에서 선정할 가치가 없는 신간들로 아이들과 수업을 하신다.
신간이 아니라도 아이들이 놓치고 가는 좋은 책들이 너무 많은데 비용면에서도 만만치 않은데다
책 이야기를 깊게 들어가지도 않고 좋은 책을 권하지도 않는데 왜? 하는걸까?
옳은 소리를 듣기 힘들어하는 세상 속에서 옳은 일을 지켜가려는 주관은 용기있는 행동임은 틀림없다.
어떤 분은 좋은 선생님 강의를 추천하면 "거기서 하는 얘기 다 똑같잖아요. 애들 놀리라는 이야기"
왜 놀아야 한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듣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대신에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에 급급한
현실에 숨막힐 때가 있다.
이렇게 숨막히게 공부한 아이들이 숨막히는 어른이 되면 앞으로 희망이 없는데..
옳은 소리 하는 선생님은 전교조로 찍어놓고 분류하는 현실도 아쉽다.
요즘 큰아이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시를 읊게 하신다.
아이들 시에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쓰신 노래도 아이들에게 들려주신다.
큰아이는 하루종일 그 노래를 중얼중얼 거리며 작은 아이와 부르고 다닌다.
아이입에서 들리는 그 노랫소리가 아이돌이 부르는 말도 안되는 노래보다 훨씬 듣기에 좋다.
그래서 아이도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시간이 늘었다.